Skip to main content
SeeQee
김치사장조카
잡담

친구의 생일은 평일이지만 평일엔 친구가 일을 하니 주말에 맞춰서 봐두었던 케이크가게에서 케이크를 사고 선물로 sm mall 오락실에서 코인으로 뽑은 텀블러를 사서 친구에게 주었다.

친구가 보답으로 수빅에 데려다 주었다. 구리고 거기에서 나를 잘때마다 가끔씩 떠올라서 괴롭힌 미스테리 마을의 존재들이 나온다.

앙헬레스에서 친구와 함께 고속도로를 타고 수빅으로 가다 보면 가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된다. 차창 밖으로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작은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얼핏 봐도 이삼백 명쯤은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집도 한두 채가 아니라 제법 모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는 그저 마을의 지붕과 집 몇 채가 보일 뿐이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더 궁금한 것은 생활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필리핀의 시골 마을이라면 사리사리 스토어 하나쯤은 보이고, 작은 교회나 학교, 시장 같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이 마을에는 그런 시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병원은커녕 작은 가게조차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생필품을 어디서 사는 것일까. 아이들은 어디에서 학교에 다니고, 아프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관공서 같은 시설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라면 마을회관이나 주민센터 같은 곳이 있을 법한데, 그런 흔적도 찾기 어렵다. 물론 필리핀의 행정체계가 한국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수백 명이 모여 사는 하나의 주거지가 지도와 행정구역에서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저 마을도 분명히 어느 바랑가이에 속해 있을 것이고, 주민들도 인구 통계에 잡힐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고속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일자리다. 주변을 보면 논도 없고 밭도 별로 없다. 공장이나 큰 사업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일까.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는 것인지, 건설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고속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보는 것은 마을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가면 가게도 학교도 교회도 있을지 모른다. 고속도로가 마을의 가장자리만 잘라서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갑자기 집들만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더 신기하다. 차를 타고 몇 초 동안 지나가는 것만으로는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집 몇 채와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지도에는 분명 이름이 있고 행정구역도 있을 것이며, 그곳에도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맵으로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미숙하기 때문인걸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 하나지만, 그 안에서는 누군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나가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빅으로 갈 때마다 그 마을들이 이상하게 눈에 밟힌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와서 마을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을까?

고속도로에서만 보이는 그들의 삶이 괜히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마닐라에서 앙헬을 갈때 나오는 거대한 다리밑 습지에서도 본 광경과 같다.

2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