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바오/필리핀 살면서 제일 짜증 나는 세 가지
다바오에 온 지 두 달 됐는데, 뭘 하러 나갈 때마다 거의 매번 이런 일이 생겨요..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네요.
1. 남들 앞에 끼어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 SM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물건 하나 들고 제 앞에 줄 서 있었는데.. 차례가 거의 다 됐을 때 딸이 와서 카트를, 그것도 진짜 꽉꽉 채운 카트를 끌고 다들 밀어내더니 둘이 자리를 바꾸고 아주머니는 약국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리고 왜 그런지 버스나 페리에서 내릴 때면 한참 뒷줄에 있던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맨 앞까지 다 제치고 나와 있어서 결국 모두가 내리기 더 힘들어져요.
2. 필리핀 사람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가끔 중요한 정보를 빼먹고 말해 놓고, 그걸 몰랐다고 바보 보듯 쳐다보는 경우가 있어요 ㅋㅋ 그러고는 내가 몰라서 바보가 된 다음에야 그 정보를 알려 줘요. 제 질문은, 왜 필요한 말을 처음부터 다 해 주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럼 제가 거기서 바보처럼 서 있을 일이 없잖아요.
3. 남들이 보기에도 예쁜 필리핀 여성이랑 사귀거나 결혼했다면, 혼자일 때랑은 다른 대접을 받을 각오를 하세요.
사람들 질투가 장난 아니고, 그게 양쪽 다예요. 여자들이 제 아내한테 미움을 쏟아 내기도 하고, 필리핀 남자들은 자기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차갑게 대하기도 해요. 진짜 이상해요. 남들이 제 아내나 제가 가진 걸 자기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게 그냥 웃겨요.
그거 빼면 다바오 생활은 아주 좋았어요. 저런 일들이 이렇게 자주 안 생겼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뭐가 바뀔 거라고 기대도 안 해요. 다 불필요하게 무례한 행동일 뿐이에요.
제일 뒤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나오는 건 비행기에서도 그래요. 그렇게 다 합쳐 2분 아껴 봤자 짐이 더 빨리 나오지도 않는데. 필리핀, 중국, 멕시코에서 봤어요. 3번은 서구 국가 밖이면 어디서나 있어요. 그렇다고 모두가 겪는 건 아니니까, 부인이 엄청 예쁘거나 사람들이 보기에 당신이 부인보다 다섯 단계쯤 아래인 거겠죠.
필리핀 사람이랑 영어로 얘기하는데 상대가 웃으면서 😃 ‘네,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사실 방금 한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경우를 겪어 보세요. 그 사람 머릿속에선 모르는 단어라고 인정하느니 그냥 끄덕이는 게 낫거든요.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아요.
그냥 익숙한 울타리 밖으로 나온 것 같아요. 새치기, 엉망인 소통, 질투, 무례함은 어디에나 있어요. 다른 나라에 있으면 고향에선 그냥 넘겼을 일들에 신경을 쓰게 되니까 더 눈에 띄는 거죠. 그리고 이미 외국인이라 눈에 띄는데 같이 다니는 사람도 시선을 끈다면 당연히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쳐다보고, 짐작하고, 가끔은 다르게 대하기도 하죠. 그것도 필리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래도 차가운 눈빛을 다 질투라고 단정하는 건 조심하세요. 그냥 무례하거나, 어색하거나, 궁금하거나, 기분 안 좋은 날일 수도 있어요.
‘필리핀 사람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가끔 중요한 정보를 빼먹고 말해 놓고 그걸 몰랐다고 바보 보듯 쳐다본다’ 솔직히 저는 이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거나, 정해진 SOP만 따르고 그 밖으론 절대 머리 쓰지 말라고 배운 탓이라고 봐요. 솔직히 그게 제일 답답한 점 중 하나고, 여기 몇 년 살면서 거의 유일하게 계속 커지는 불만이에요. 비판적 사고를 아예 안 가르쳐요. 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하나하나 관리해야 하고, 교육 제도 자체가 같은 대본을 계속 반복하는 환경에서 잘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누구한테도 예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할 권한이나 교육이 없어요. 오히려 대부분 한 가지 일만 배우고 다른 일은 전혀 안 배워요. 사람을 더 잘 가르치고 키우는 대신 그냥 사람 수로 해결하려고 해요. 그래서 가게나 식당에 20명이 서성이는데 계산대엔 줄이 엄청 긴 거예요…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서요. 아니, 그 옆에 오로지 봉투 담는 일만 하는 사람이 서 있는데, 그 사람한테 POS 쓰는 법도 가르치자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생각이겠죠. 저를 자주 미치게 하는 거: 세트 메뉴를 시켜요. 프로즌 요거트 같은 거요. 재료 하나가 품절이에요(자주 그래요). 남은 재료는 같은 가격에 받을 수 있지만, 빠진 재료를 다른 걸로 바꿔 주거나 보상해 주지는 않아요.
거기 좋은 해변 있어요?
제 생각엔 그 ‘새치기’는 엄밀히 말하면 새치기가 아니라서 무례하다고 안 느껴져요. 두 사람이니까 말이 되잖아요. 한 명은 줄 서고 한 명은 장 보고. 줄 서 있던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기다렸고요. 무례하다기보다는 ‘왜 나는 저 생각을 못 했지’ 싶은 순간이에요. 2번은 제 짐작엔 소통의 벽이에요. ‘와 이 사람 바보네’가 아니라 ‘이걸 어떻게 더 잘 설명하지’ 하는 눈빛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현지인들한테 정보를 조금씩만 말하는 데 익숙하고, 현지인들은 맥락이나 문화, 경험으로 나머지를 알아듣는 걸 수도 있고요. 3번은, 필리핀 사람 중엔 그냥 자기 일만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차갑게 대하는 게 그래서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크랩 멘탈리티(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심리)가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꽤 문제인 건 맞아요. 어쨌든 운전을 시작하면 짜증 날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메트로 마닐라에서 직접 겪어 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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