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좋은데 마닐라는 싫어요
필리핀은 좋아하는 게 정말 많아요. 스노클링하기 좋은 아름다운 해변, 고딕풍 성당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미국을 괴롭히는 문화 전쟁이나 정체성 정치가 없다는 것, 트라이시클 등등 끝도 없죠.
그런데 마닐라는 진짜 최악이에요. 대부분 지저분하고 낡았어요. 마닐라에 있을 때 밖에 나가면 피부가 가렵고 따가워요. 길은 너무 막히고요. 안전하다는 느낌도 안 들어요.
더 짜증 나는 건, 제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게 대부분 마닐라에 있다는 거예요. 저는 SSDI(미국 장애 연금)를 받아요. SSI에서 제가 아직 장애 수급 자격이 되는지 판정하려고 정신 건강 검사를 받아야 해서 마닐라까지 10시간을 가야 해요. 고양이가 아픈데, 제가 사는 곳 동물병원도 괜찮긴 하지만 제일 좋은 동물병원은 다 마닐라에 있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데, 필리핀 북부 지방에서는 누드가 성적인 게 아니어도 스캔들이라서 인체 드로잉 모임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마닐라에는 인체 드로잉 모임이 있어요. 미술관, 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동물원 같은 데를 많이 다니고 싶어도 제가 사는 곳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다 마닐라에 있거든요.
그렇긴 해도 마닐라에 이런 게 다 있다고 해서 이 도시가 더 좋아지진 않아요. 오히려 더 싫어져요. 왜 모든 게 이 오염되고 낡고 범죄 많고 꽉 막힌 도시에 몰려 있어야 하죠? 왜 다른 도시에는 이런 시설이나 꼭 필요한 것들이 더 없는 걸까요?
저처럼 느끼는 분 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