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들이 한 달에 20~30만 페소 넘게 쓰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필리핀 물가가 그렇다고들 하는 만큼(?) 비싸졌다는 얘기가 자꾸 보여요. 특히 서구식 생활 수준으로 편하게 살려면 한 달에 20만, 30만, 심지어 40만 페소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외국인들이요. 한 달에 수천 달러씩 쓰지 않으면 이제 필리핀에서 "왕처럼 살" 수 없다는 얘기도 많이 보이고요.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같은 질문이 들어요. 도대체 그 돈을 다 어디에 쓰는 걸까, 그 사람들한테 "왕처럼 산다"는 게 정확히 뭘까?
저는 텍사스 출신 미국인이고 지금은 메트로 마닐라에 살아요. 전에 동남아 다른 나라(태국)에서도 살아 봤고, 돈의 가치를 제대로 따져 볼 줄 아는 게 삶의 질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걸 거기서 배웠어요. 저 자신이 특별히 짠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뭐든 제일 싼 걸 사려고 애쓰지도 않아요. 좋아하는 데는 기꺼이 돈을 쓰고, 페소 몇 푼 아끼겠다고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요. 다만 제가 사는 게 뭔지 알고, 대안을 비교해 보고, 추가로 쓰는 돈이 그만한 가치를 주는지 따져 보는 건 중요하다고 믿어요.
그래서 가상의 예산을 놓고 말싸움하고 아무 숫자나 던지는 대신, 이번 10월 한 달 동안 실제 생활비를 기록해 봤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 오토바이 기름값 추정치까지 포함해 대략 8만 5천 페소 정도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만 페소 아래에서 이번 달을 마무리할 것 같아요. 월말 정산을 끝낸 확정 금액은 아니고 잠정치이며, 제가 산 가구·가전 같은 일회성 지출은 빠져 있어요.
참고로 월세는 관리비 포함 2만 7천 페소, 인터넷은 1,699페소, 헬스장 회원권은 3,650페소예요. 전기요금은 약 13,727페소인데, 평소 쓰는 금액을 꽤 잘 보여 주는 수치예요. 나머지는 장보기, 외식, 배달, 교통비, 기타 생활용품 구입이고요.
그리고 전기요금이 비교적 높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재택근무를 해서 하루 대부분을 집에 있고, 에어컨을 많이 틀어요. 열대 나라라서 더위와 습도가 불편한데, 전기요금 몇 천 페소 아끼겠다고 더운 콘도에 앉아 있을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에어컨을 덜 틀면 요금을 줄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근데 그 편안함에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겠어요?
그건 제 일상의 질을 직접 높여 주기 때문에 제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지출이에요. 모든 지출을 최소화하거나 한 푼까지 쥐어짜려는 게 아니에요. 추가 비용이 정당하다고 믿으면 더 쓰고, 집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게 그중 하나예요.
또 누가 "28㎡짜리 낡은 상자 같은 집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연명하며 기본적인 편안함도 포기하고 사는 거 아냐"라고 넘겨짚기 전에, 제 생활이 실제로 어떤지 설명할게요.
저는 파사이 뉴포트에 있는 가구 완비된 약 47㎡ 원룸(침실 1개) 콘도에 살아요. 침실이 따로 있고, 제대로 된 주방, 편한 거실, 스플릿형 에어컨 2대가 있고 위치도 저한테 잘 맞아요. 낡아 빠진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느낌도 없어요. 마카티나 BGC의 훨씬 큰 콘도를 10만 페소 이상에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근데 지금도 충분히 편한데 왜 그러겠어요? 매달 추가로 나가는 7만 페소 남짓이 저한테 의미 있는 뭘 더 줄까요?
저는 바로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가치라는 개념을 오해한다고 생각해요. 더 비싼 집이 내 상황에 꼭 더 좋은 집인 건 아니에요. 메트로 마닐라 곳곳에는 고급 단지 가격을 받지 않는 번듯한 아파트, 콘도, 타운하우스가 얼마든지 있어요. 동네에 따라서는 월세에 6자리 숫자를 쓰지 않고도 침실이 여러 개고 제대로 된 주방에 스플릿형 인버터 에어컨이 달린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어요.
에어컨 얘기가 나온 김에, 중앙냉방을 절대적인 필수품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적정 용량으로 제대로 관리되는 스플릿형 인버터 시스템은 방 하나를 아주 효과적으로 식히고,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어요. 중앙냉방을 선호한다면 그것도 전혀 문제없지만, 그건 개인 취향이지 편안한 집의 보편적인 필수 조건이 아니에요.
음식도 같은 논리예요. 저는 텍사스에서 잘 먹고 자랐고, 필리핀으로 왔다고 그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고향에서는 할머니께 돈을 드리고 월마트나 H-E-B에서 장을 봐다 달라고 했어요. 립아이 스테이크, 진짜 메이플 시럽, 브리오슈 빵, 버터, 그 밖에 제가 좋아하던 재료들을 샀죠. 여기서도 사실상 똑같은 걸 사요.
저는 S&R 같은 데서 수입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사요. 집에서 USDA 립아이 스테이크를 굽고, 아침도 직접 해 먹고, 수입 식재료를 사고, 음식 배달도 시키고, 땡기면 롱혼 스테이크하우스 같은 식당에서 먹어요. 예산 맞추려고 갑자기 라면이랑 정어리 통조림으로 갈아탄 것도 아니고요.
9월에는 장보기에 약 374달러를 썼는데, 그때 산 것 중 상당수가 10월까지 갔어요. 이번 달에는 주로 상하기 쉬운 것과 생필품을 채우면서 냉동실에 스테이크도 쟁이고 수입 재료도 더 샀어요. 장보기 비용을 얘기할 때 사람들이 놓치는 또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산 걸 전부 같은 달에 다 먹는 건 아니라는 거요.
고기 몇 킬로그램, 청소용품, 세탁용품, 저장 식품을 사면 몇 주, 몇 달 가요. 대량으로 사면 그달 지출이 유난히 높아 보일 수 있지만, 그다음 달들에 써야 할 돈은 줄어들 수 있어요.
그리고 맞아요, 수입품은 필리핀에서 더 비쌀 수 있어요. 이해해요.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을 텍사스로 들여오는 것과 필리핀으로 들여와 유통하는 건 물류가 달라요. 국제 운송비, 관세와 세금, 유통, 소매업자 마진이 모두 최종 가격에 영향을 주죠. 저는 그 비용을 알고 있고, 그 제품들이 좋아서 기꺼이 내요. 그런 웃돈을 감안해도 제 전체 생활비는 일부 외국인들이 필수라고 우기는 금액 근처에도 못 가요.
메트로 마닐라, 아니 필리핀 전반에서 사람들이 가장 과소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제가 "시간세"라고 부르는 거예요. 교통체증, 출퇴근, 잡무, 배달 조율,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를 거치다 보면 비교적 간단한 일에도 엄청난 시간을 쓰게 돼요.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은 그 시간을 돈으로 되사려고 하죠.
그건 전혀 잘못이 아니에요. 사실 저도 그래요. 요리하기 싫어서 음식을 시킬 때도 있고, 장 몇 개 보겠다고 차 막히는 데 앉아 있기 싫어서 장을 배달시킬 때도 있어요. 편리함이 값어치를 한다면 기꺼이 돈을 내요.
하지만 내가 실제로 뭘 사는 건지는 알아야 해요. 매 끼니를 시켜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요리하고 가져다주는 값을 내는 거예요. 가사도우미를 쓰면 청소, 빨래, 그 밖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값을 내는 거고요. 차량 호출 서비스에만 의존하면 남의 차량, 노동, 시간에 돈을 내는 거예요. 편리함을 사는 거예요. 책임을 외주 주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거죠.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그 자체는 전혀 잘못이 아니에요. 문제는 사람들이 생활 방식 전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