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에 살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제 개인 경험 기준)
안녕하세요. 저는 30살 유럽인 남자예요('유럽인'이 뭉뚱그린 표현인 건 알지만 배경 설명차 말씀드려요). 동갑인 필리핀 여자와 결혼했어요. 6년 연애했고 결혼한 지는 1년 됐어요.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건, 우리는 여행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났고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거예요. 흔히 말하는 '나이 든 백인 남자가 어린 필리핀 여자를 만나는' 고정관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걸 무슨 도덕적 우월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제가 전하려는 얘기 전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이 글은 몇 달 전에 올렸던 글을 고친 버전이에요. 내용을 더 보태려고, 또 모더레이터 한 명이 글을 지워서 다시 올려요. 이유를 물었는데 끝내 답이 없었으니, 이번엔 글이 남아 있길 바라요.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전적으로 제 경험에 기반한 거예요. 흔히 '익스팻'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절대적인 의견이나 일반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마닐라에 와서 외국인으로 살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진실들이에요.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필리핀 사회와 실제로 부대끼며 몇 년을 보낸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마닐라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저를 받아 준 도시에 너무 가혹하고 싶진 않지만, 마닐라/메트로 마닐라(둘의 차이를 모르는 익스팻·외국인이 많아요)는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혼돈의 콘크리트 정글이에요. 기본적인 것만 꼽아도 서비스는 형편없고, 대중교통은 끔찍하고, 오염은 미친 수준이고, 1년 내내 덥고, 교통체증은 말도 안 되고, 의료 체계엔 부족한 점이 많아요. 한마디로 마닐라는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앞으로 굴러가는 기계 같은 곳이에요.
국제파 필리핀 사람과 로컬 필리핀 사람
저는 늘 제가 '국제파 필리핀 사람'과 '로컬 필리핀 사람'이라고 부르는 두 부류를 구분해요. 국제파는 보통 여행도 다니고 세상 경험도 했고, 마닐라 4대 대학 중 한 곳을 나온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외국인을 만나고 어울리는 데 더 열려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국제파 무리에 진짜로 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보통 같은 사회경제적 수준 출신끼리 뭉친 닫힌 무리거든요. 하지만 처음 벽만 넘으면 사업이든 여가든 새로운 문을 열어 줄 수 있어요.
반면 로컬 필리핀 사람은 보통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어서 아는 현실이 필리핀식 방식뿐이에요. 가혹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필리핀식 방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체성을 많이 잃고 부정적인 면에 더 매달리게 된 것 같아요. 이건 제 말만이 아니에요. 여러 자리와 모임, 행사에서 만난 롤로, 롤라, 니농, 니낭(할아버지, 할머니, 대부, 대모)들도 같은 결론을 내렸어요.
두 부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외국인으로서 진짜 친구를 원한다면 대체로 첫 번째 부류와 훨씬 잘 풀릴 거예요.
계층 간 격차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특히 마닐라에선 사회 계층 간 차이가 어마어마하고, 나라가 2026년에 겪고 있고 아마 적어도 2027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경기 침체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요.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마닐라에 탄탄한 중산층이 있다고 하지만, 중산층이 실제로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차 한 대와 폰이 있다고 자동으로 중산층이 되는 게 아니에요. 한 달을 겨우 버티고 저축은 하나도 못 하면 중산층이 아니에요. 정부 자료를 보면 마닐라 인구 중 빈곤층으로 볼 수 있는 건 약 30%뿐이라고 해요. 저는 이 분류에 강하게 반대하고, 관련 연구를 더 깊이 찾아봤을 때도 그 자료를 여러 비정부 기관이 독립적으로 검증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어요.
제가 보기에 마닐라의 계층은 대략 이래요. 백만장자(1%), 부자(4%),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산층(20%), 일하는 빈곤층(45%), 빈곤선 아래에 사는 사람들(30%). 공식 수치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관찰일 뿐이에요.
치안과 공포 조장
논란이 많을 거고 욕먹을 각오도 하고 있지만, 마닐라는 꽤 안전한 도시예요. 설명해 볼게요.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금 몇 시인지 알고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포블라시온 한복판에서 새벽 5시에 미국인 2명 강도당하고 흉기에 찔려' 같은 기사 제목을 보면 어이가 없어요. 제 반응은 늘 '어머, 세상에~'예요. 장담하는데, 저녁 8시에 마카티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면 그런 일을 당할 가능성은 훨씬 낮았을 거예요.
여기도 현실 세계예요. 내가 표적이라는 걸 알면서 쉬운 표적이 될 만큼 멍청하게 굴지 마세요. 주변을 살피고, 가기 전에 장소를 알아보고, 소지품을 챙기고, 현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사실 제가 어이없는 건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국인들이 이런 기본을 안 지킨다는 거예요. 더러운 일에 손대면 더러워져요. 그만큼 간단해요.
사기와 부패
다시 한번, 현실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해요. 피노이 상당수는 매달 먹고살기 빠듯하고, 겉모습을 보고 값을 올려 부르거나 가짜 '1+2' 행사로 돈 좀 더 벌어 보려는 건 일상의 일부예요. 정신 차리고 어디서 물건을 사는지, 인터넷에서 뭘 보는지 주의하세요. 그래도 장담하는데, 한 번만 더 확인하거나 친구한테 물어보면 사기의 95%는 아주 쉽게 피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사기를 두둔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사실 사기는 필리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큰 이유 중 하나예요. 이 글을 읽는 필리핀 분이 있다면(여기 피노이 많은 거 알아요) 사기에 제일 먼저 분노해야 할 사람은 바로 여러분이에요.
마지막으로, 네, 경기 침체를 겪는 저개발 경제에 인구까지 늘어나면 부패가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에요.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친애하는 익스팻 여러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피노이 대부분도 포기한 것 같아요.
마닐라에 남게 되는 이유는 필리핀 사람들이다
마닐라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정말 멋져요. 같이 있으면 엄청 재밌고 아주 친절해요. 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친절한 사람을 진짜 친구로 착각하지 마세요. 제가 충격받는 건 '여기 처음 왔을 땐 다들 친절했는데, 그 단계를 지나니 진짜 필리핀 사람들을 알게 됐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봐요, 당신은 외국인이에요. 필리핀 사람을 진짜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면 노력을 해야 해요. 진짜 노력이요.
당신은 언제까지나 외국인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러니 그들의 삶에 들어가려고 최선을 다하는 건 당신 몫이지, 그 반대가 아니에요. 이건 꼭 강조하고 싶어요. 진짜로 노력하지 않으면 필리핀 사람과 진정한 우정은 절대 못 쌓아요. 필리핀 사람들은 무리 중심이거든요. 거기에 관심이 없거나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다른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게 훨씬 쉬워요.
그런데 제가 늘 던지는 질문은 이거예요. 필리핀 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다면 왜 마닐라에 사세요?
사랑
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마닐라에서 보는 외국인-필리핀 여자 커플은 대부분 나이 많고 돈 많은 외국인과 가난한 집안 출신의 어린 필리핀 여자예요. 그리고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경우 그냥 거래예요.
하지만 저처럼 젊은 외국인이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면, 상대와 진짜 공통점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비슷한 학력, 고국이 아니라 마닐라 안에서의 비슷한 계층, 그리고 커리어 지향이라든가 여행을 좋아한다든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같다든가 하는 비슷한 관심사와 포부가 필요하다고 봐요. 당신 월급 덕분에 당신이 부…
저는 나이 맞는 아내와 결혼한 지 25년 됐어요. 좋은 집안이고, 이중국적자에 미국에서 간호사로 집안 돈줄이었죠. 지금은 은퇴했고 부동산이랑 투자가 있는데.. 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거예요. 말씀하신 건 한 마디 한 마디 다 맞아요.. 제가 하나 보태자면 나는 언제나 외국인이라는 거예요.. 그걸 절대 잊지 마세요. 저는 반값을 낸 땅에 집을 같이 짓고 있고, 내년에 지을 집도 반값을 낼 거예요. 법적으로 제 소유가 아니라는 건 알아요.. 결혼 바깥의 모든 건 거래라는 걸 알고 계세요.. 우리처럼 좋은 결혼이라면요. 착각하지 말고 미소는 즐기세요, 가족이 그럭저럭 잘 대해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내가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 집은 처가에 주고 다른 부동산은 빨리 팔아서 독신으로 놀러 다니는 친구랑 태국에서 살 거예요.
OP 글이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라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그분은 필리핀이든 어디든 사회생활을 안 해 본 거예요. 그리고 백인이면 쉽다는 부분도요. 슬프지만 사실이에요. 자기네 사람들을 낮춰 보니까요. 아쉽게도 그건 금방 바뀌진 않을 거예요
지방 생활도 해 보셨어요? 그렇다면 둘을 비교하면 어때요?
저는 독일 사람인데 마닐라에서 살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일자리를 구해서 국제 기업에서 일하는 방법, 팁 있나요?
대중교통이 끔찍하다니 무슨 말이에요? 그랩이 있는데 왜 대중교통을 타요? 저한텐 교통이 환상적이에요, 그랩이 환상적이니까요.
마닐라의 상당 부분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고, 나라가 거기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도시계획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죠. 전후 40년 동안은 벨 무역법 때문에 산업화에 애를 먹었고, 2차 석유파동 뒤엔 포기하고 사람들에게 해외 취업을 장려하는 식으로 다른 돈벌이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 때문에 경제는 인구에 비해 거의 성장하지 못했고, 인구는 가난 때문에 크게 늘었어요. 그러니 도시계획의 여지는 줄고, 지방 개발은 더디고, 공공서비스는 약한 채로 남았죠. 세금은 올려야 했고 민간이 그 자리를 차지해 비싸게 받았어요. 오염과 도시 과밀은 둘 다 심해졌고요. 그래서 물가, 빈곤, 실업, 세금은 높고 임금, 인프라, 의료, 주거, 교육은 형편없는 거예요. 교육 쪽을 보면 영어는 물론 필리핀어 실력까지 떨어져서 많은 사람이 영어든 필리핀어든 제대로 못 해요. 거기에 기술 부족까지 겹쳐 생산성이 낮고 임금도 낮아요. 실제 빈곤율이 70%가 넘는 이유가 이거예요. 대부분은 의료, 더 나은 교육, 주거 같은 걸 제대로 누리지 못해요. 이런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돌아올 여유가 없어요. 나라는 그들과 BPO에 크게 기대 돈을 벌고요. 외국 고용주들이 이들을 대체로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여기는 이유도 이걸로 설명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게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이웃 나라들에 뒤처진 이유예요. 이웃 나라들은 민족주의적 경제정책과 권위주의적이고 능력주의적이며 효율적인 정치 체제를 따랐는데, 필리핀은 그 반대로 미국을 베껴 왔거든요.
국제파 필리핀 사람과 로컬 필리핀 사람의 구분은 저한테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였어요. 저도 필리핀 사람이고 두 부류/환경을 다 접하는데,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그렇게 구분해 본 적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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