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진 빚 — 우탕 나 로옵(utang na loob)
여자친구랑 사귄 지 1년 됐어요. 여자친구는 필리핀 사람이고 필리핀의 한 섬에서 자랐어요.
사귀는 내내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은 여자친구한테 돈을 기대 왔어요. 아주 가난하게 자란 집이에요. 여자친구는 넷 중 맏이인데, 서른셋이 되도록 자기가 원하는 거나 필요한 걸 제대로 지원받아 본 적이 없어요. 한때는 2~3천 달러 빚을 지면서 부모님 차 할부까지 갚고 있었어요.
차 할부를 다 갚고 나서도(총 5,600달러) 압박은 멈추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여전히 죄책감을 건드려요. 자기들은 예순이고 '늙었다', 여자친구가 연애를 우선시하는 게 실망스럽다, 남편 만나고 아이 가질 준비를 할 게 아니라 다시 해외 나가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요. 자랑스럽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거의 안 해요. 모든 게 거래 같아요. 여자친구는 가끔, 부모님이 자기가 집에 돌아와 살길 바라는 게 자기 인생을 꾸리라는 게 아니라 계속 뒷바라지하게 하려는 건 아닌지 생각해요.
여자친구는 늘 형제자매보다 더 많이 보탰어요. 생일, 여행, 음식, 선물, 케이크 — 다 여자친구가 내요. 집에 가면 당연히 돈을 써야 한다는 눈치를 받아요. 여자친구의 미래나 관심사, 취미는 거의 묻지도 않아요. 차 전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50~200달러를 집에 보냈어요. 많이 벌수록 기준이 계속 올라가요. 차가 끝나니까 새로 필요한 게 생겼어요.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 어디 놀러 가는지, 어느 식당에서 먹는지도 한마디씩 해요.
최근에 여자친구가 미국 비자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이랑 형제들 집에 머물러도 되냐고 물었어요. 돌아온 대답은 이랬어요. '우리는? 여기서 결혼하면 안 돼? 비자 때문에 그 남자 만나는 거야? 차라리 해외 나가서 돈 버는 게 나아.' 평소엔 여자친구랑 말도 거의 안 하는 부모님 두 분 다 그렇게 말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걸 알고 있고, 여자친구가 미국으로 떠나면 우리가 우리부터 챙기게 돼서 우리가 가진 걸 못 누리게 될까 봐 겁내는 것 같아요.
충격받았고 다른 시각을 듣고 싶어요. 이게 그냥 필리핀 문화인가요, 아니면 섬 지역의 극단적인 버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