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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Qee
김치사장조카
후기1
5월 14일

2018년 여름 앙헬레스를 여행했다.

앙헬레스의 밤은 늘 시끄럽고 화려했다.

네온사인은 잠들지 않았고, 음악은 사람들의 생각을 지워버릴 기세로 크게 울렸다. 친구와 함께 늦은밤 워킹 스트리트 안을 돌아보다가

문득 한 가게 앞에서 나를 가이드해 준 친구와 함께 발걸음이 멈춰졌다. 크리스탈 팔레스. 가게 이름이였다.

2층으로 구성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1층의 무대 위에는 수십 명의 반쯤은 나체인 여자들이 춤추고 있었고, 2층에서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1층의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들의 허벅지에는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용자들처럼 그들은 손님들에게 번호로 불렸다. 난 11번이 좋아. 24번 너 이리와! 이름도, 없이 그곳의 여성들은 그저 식별 번호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단 한 명만은 번호 대신 작은 글자가 붙어 있었다. drink me!!

이게 뭐지???? 왜 이여자만 번호가 아니지??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도 모른다고 했다. 직원을 불러 물어보았다. 왜 저 여자만 번호가 없이 드링크미라고 적혀있어? 직원은 별 감정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여성은 못생겨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어!!

아!!!! 그 말을 듣고 무심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과연 정말 추녀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도 그녀만은 어딘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고 억지로 웃는 표정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다른 여자들이 손님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신의 미를 뽐낼동안 그녀만은 아무에게도 관심 받지 못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마치 그 화려한 공간에서 혼자만 투명인간이 된 사람 같았다.

나는 몇초간 그녀를 더 바라보다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술집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시끄럽던 음악도 멀어졌다. 그렇게 여행은 끝났고 시간도 흘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려했던 재미있던 다른 기억들은 희미해졌는데 그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여자의 존재에 대한 기억만은 가끔 생각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동정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저 인간으로서 느끼는 어떤 안쓰러움인지. 수많은 사람 속에서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세상에는 예쁘고 화려한 사람들만 기억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진짜 잊히지 않는 건 그런 외로운 표정과 직원이 무심하게 던진 쓸쓸한 말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만약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게 된다면, 그리고 그녀가 아직도 그 무대 어딘가에 있다면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고 직원에게 말하고싶다. 나는 drink me가 마음에 들어요. 그녀를 선택하겠어요. 그녀를 데려와줘.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단지 그날의 그녀에게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정도는 당신을 봤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선택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와 작은 희망 때문에 억지로 웃고 있어야만 했던 그 밤의 모습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

드링크미(날 마셔줘! Drink me)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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