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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잡담
김치사장조카
잡담
6월 17일

종말의 홈플러스.

어제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주말이든 평일이든 차들로 가득 차 있었을 주차장은 이상할 정도로 한산했다.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워도 될 정도였다. 그 순간부터 묘한 예감이 들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카트 소리로 가득해야 할 공간은 조용했다. 넓은 통로에는 손님보다 빈 공간이 더 많았다. 어딘가 활력을 잃은 도시의 폐허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식품 매대였다. 대형마트의 중심은 식품 코너라고 생각한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수많은 브랜드 제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식품 대신 주방용품, 화장품, 침구류, 의류 같은 전혀 다른 상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치 비어버린 공간을 어떻게든 채워 넣기 위해 급하게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였다. 식품을 사러 온 사람에게는 어색하고 낯선 풍경이었다.

그 넓은 공간 속에서 농심 같은 몇몇 대기업 제품만이 겨우 "이곳은 원래 식품을 파는 대형마트였다"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마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생존자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듯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던 할인존이다. 예전에는 그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싸게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고, 때로는 그 할인 상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공간조차 사라졌다. 할인존이 없어진 것이 단순히 한 코너의 폐지가 아니라, 마트가 가진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살 것이 없었다. 결국 손에 든 것은 과자 한 봉지뿐이었다. 넓은 매장을 돌아다닌 결과가 과자 하나라는 사실이 왠지 씁쓸했다.

계산대로 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계산을 마치고 나는 캐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곧 문 닫나요?"

그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짧은 동작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어떤 설명도 없었고, 불만도 없었고, 변명도 없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진 결말을 받아들인 사람의 모습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사실 내가 슬펐던 이유는 단순히 한 마트가 사라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도 함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던 기억, 할인 상품을 찾으며 돌아다니던 기억, 명절 준비로 북적이던 모습, 사람들로 가득했던 계산대의 풍경.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어느새 추억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마지막 영업일이 오면 간판은 철거되고, 진열대는 비워지고, 건물은 다른 용도로 바뀌거나 사라질 것이다. 몇 년 뒤 그 자리를 지나가더라도 그곳에 홈플러스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지 모른다.

어제 내가 본 텅 빈 주차장과 한산한 매장은 단순한 매출 부진의 현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시대가 조용히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 마지막 순간들을 목격한 관객이 된 것 같았다. 과자 한 봉지를 들고 나오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떤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건물 하나가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 쌓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이 함께 멀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의 홈플러스는 단순히 비어 있는 마트가 아니라, 천천히 작별을 준비하고 있는 오래된 친구처럼 보였다.

종말의 홈플러스. 어제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주말이든 평일이든 차들로 가득 차 있었을 주…
종말의 홈플러스. 어제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주말이든 평일이든 차들로 가득 차 있었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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